시를 위하여

구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수선화9890 2023. 9. 7. 22:53

                                            이              채

꽃피는 봄날엔 할말도 많았겠지요

꿈은 땀으로 흐르고 

짧은 비처럼 내렸어도

어느 꽃도 만날 수 없는 그런날이 있었겠지요

 

기도하는 꿈빛으로 아침이 찾아와도

누워서도 잠들 수 없는 그런밤이 있었겠지요

 

별을 보고도 잠언을 읽지 못하고

어리석은 잣대로만 재고 산 가벼움에 대하여

고둑한 진실과 홀로 견딘 무거움에 대하여

무심한 달빛창 바라보며 한숨도 지었겠지요

 

우연히 들었습니다

당신의 허전한 기침소리를

 

당신이 가을로 깊어갈 때

노을처럼 내리는 그리움이 있다면

잉크처럼 번지는 외로움이 있다면

길어진 시간의 무게 때문입니까

얇아진 낙엽의 부피 때문 입니까

 

9월의 당신이여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니

이 저녁 노을이

저들녁 낙옆이

왜 이렇게 쓸쓸하냐는  말은 조금 늦어도 좋겠습니다

 

우연히 보았습니다

타도록 몸을 말리는 울안의 빨간 고추가

번연히 가루가 될 것을 알면서도 

제 몸 한번 뒤적이지 않고

버젓이 누워 있음을

그렇게 질기게 견뎌내고 있음을

나는 보았습니다

9월의 당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