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해인
누가 날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번왔다
가고 아니오며
인생 또한 한번가면
되돌아 올 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않으리요
오늘 내 몸에 안긴
가을 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위에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스쳐가는 바람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진데...
어느날 세상
스쳐가다가,
또 그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 가는 생을 두고
무엇이 청춘이고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
따로 말을 하리까
우리네 인생도
바람과 구름과
다를바 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