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다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흐르는 깊은 산골로
가서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면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