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93

천성산 원효암

구법 하는 일이 그렇다. 예고 없이 불쑥 가자고 하면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가다 보면 당연히 절이다. 느긋하게 자전거 타고 오전은 사우나에서 보내고 점심때나 맞출까 했는데 갑자기 전화받고 올려니 마음이 얼마나 바쁜지 정신이 하나 없이 와서 차를 타고 나서니 바쁜 마음은 사라지고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고속도로에서 양산으로 길을 들어서야 절에 가는구나 생각하고 어느 절인지는 모르고 가는데 원효암으로 간다고 한다. 얼마를 올라야 절이 보일까 할 정도로 깊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니 한 봉우리의 정상까지 올랐다. 귀가 멍하다가 한순간 윙 뚫리고 세상의 소리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마침 오늘이 초하룻날이라 목탁소리 잔잔하게 들려서 멀지 않은 곳에 절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주차장에 차를 두고 오르니 간간히 차..

일상에서...... 2022.06.01

여행날을 기다리며...

참 오랜만에 실행이 되는가 싶다. 짐을 싸고 또 빼고 기다리다 어느 날 또 정리해보고 그러길 몇번만에 이제 출발할 날을 받았다. 아직도 한달이나 남았는데 뭘 준비해야 하나 벌써 마음은 바쁘고 생각 한것을 다 가지고 가고 싶은데 한정된 무게가 있어서 최소한으로 가지고 오라는 당부를 받고도 욕심이 생긴다. 몇 년 전에도 무식하게 너무 무겁게 가져가다가 막내 여행사 배려로 잘 넘어갔는데 그때는 큰애가 시골에 있어서 뭐든 필요하고 부탁한 것도 있어서 짐 무게가 상당했는데 검색대에서 뺏긴 물건도 있고 이번에는 오버되면 값을 치를 셈 치고 가지고 갈려고 한다. 뱃속에 들었던 아기가 이번 달에 세돌을 맞았으니 얼마나 만지고 싶고 벌써 오래전에 잊어버린 아기 냄새를 맡고 싶었는지 매일 동영상을 보면서 하루하루 다르게 ..

일상에서...... 2022.05.28

단양 사인암에 다녀왔다

명색이 절에 다닌다고 하면서 사인암을 절이라 생각한 것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사전에 지식도 없이 가서 보고는 옛날에 관광 온 적이 있는데 팔경중4경인가 5경에 든다고 하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모르고 이제야 봤다. 중국 장가계와 같다고는 하지만 웅장하고 신비하기까지 한 그곳에 비유하면 한자락 이라고 할 수 있지만 쉽게 우리나라 지형으로는 볼 수 없는 대단한 경치임에는 틀림없다. 700년 전 고려시대 성리학과 역학의 선구자 우탁선생이 이곳의 풍경에 취해 자주 찾았다고 선생의 벼슬 이름을 따서 사인암이라 하고 김홍도의 사인암 도도 있고 옛시대 부터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알 거 같다. 청련암의 은행나무 목조불 마애불도 특별하고 벼랑에 올라야 볼 수 있는 삼성각은 하늘높이 솟은 사인암 바위의 호위를 받는 거 ..

일상에서...... 2022.05.20

막내를 보내고 ...

열흘 동안 같이 지내다 오늘 서울로 갔다. 역 밖으로 나가며 몇 번이나 돌아보고 또 하마나 갔나 싶어 보면 저도 날 보고 있어서 마음이 얼마나 짠 하던지... 이십 년 가까이 외국생활 동안 이렇게 오래 같이 있기는 처음이라 몸이 아프고 안 좋은 상황이었지만 병원 가면 나을 일이고 나쁘지 않았다. 때 되면 정성껏 해먹이고 나도 같이 먹으니 언제 또 이런 날이 올까 싶어 재미도 있고 잘 먹는 거 보니 행복하기도 했다. 어젯밤에는 지 작은형도 한번 더 보겠다고 이것저것 챙겨 와서 얘기하고 놀다가 아침에 출근하는걸 보니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좋다. 참 빠르게 간 그동안의 시간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약 없는 날을 얘기하면서 둘이서 마지막 식사를했다. 이번에 있는 동안 많은 이야기도 하고..

일상에서...... 2022.04.20

나는 지금...

참 날씨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꽃은 지천으로 피어서 어디를 가도 내가 꽃물이 들 거 같아 스스로 이쁘다. 꽃나무 그늘에서 누가 곱지 않을까 엎드리고 쭈그리고 앉아서 쑥캐는 사람들 작고 앙징맞은 꽃을 헤치고 열심히 봉지를 채우고 있다. 봄을 그냥 보내면 안 될 거 같은 욕심에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쑥을 캐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 없어졌다. 이렇게 변해가는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언젠가는 못 할 날이 있을 거라는 지례 생각에 적당히 하겠다는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이틀은 사우나 가서 운동하고 하루는 걷거나 집에서 잡다한 일로 시간을 때운다. 나름 규칙을 세우고 쉬엄쉬엄하니 내 힘에 맞춘 거 같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들이 환자가 되니 밖에 나다니는 일도 더 소심해지고 그러다 보니 매일 사우나 ..

일상에서...... 2022.04.03

가족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희생도 있고 양보도 있다. 끈끈한 그 줄에 서로를 얽어서 개체 이면서 하나가 될려고 배려하며 아끼던 그 가족도 울타리 밖을 희망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 줄을 끊어내고 새로운 다른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서 그 들은 얼마나 더 힘들고 괴로웠을까.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 결정해야 하는 시련을 겪고 이제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약이 된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행복한 일들보다 힘들었던 일들을 돌아보며 가슴 아프게 되새긴다는 것은 고통이다. 무슨 심경으로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돌아보지 않으려고 사진을 모두 지웠다. 혼자 짝사랑도 괜찮은 일있은데 나는 왜 그것을 못 견뎌하는지... 지워진 사진이 아른거리고 눈물이 자꾸 고인다. 어른 답지 못한 일을 한..

일상에서...... 2022.04.01